흑백분리학교에 대해 위헌 판결 60주년을 맞았으나, 분리와 차별을 시정하라는 당시 연방대법원의 명령은 아직도 요원한 일이다.
Brown v. Board of Education(347 U.S. 483, 1954) 판결은 미국 교육계 뿐만 아니라, 사회 전분야에 걸쳐 흑인 등 유색인종 차별을 시정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지난 1951년 캔사스주 토피카에 거주하는 흑인 보조목사이자 철공소 노동자인 올리버 브라운(Oliver L. Brown)은 3학년짜리 자신의 딸 린다가 집 가까운 곳에 위치한 백인학교를 놔두고 먼 곳의 흑인분리학교(segregated black school) 에 다니는 것은 부당하다며 백인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해달라고 교육위원회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 사건이 시작됐다.
캔사스주는 주헌법상 지역교육청에게 흑백분리학교를 실시해도 되고, 안해도 된다고 위임해 놓았으나, 거의 모든 교육청이 흑백분리학교로 운영하고 있었다.
당시 흑백분리학교를 주헌법에 강제조항으로 열거한 주는 버지니아와 메릴랜드를 비롯해, 전국 16개주에 불과했으나, 흑백분리학교를 금지한 16개주를 제외하고는 모든 주가 흑백분리학교를 강제했다고 보면 된다.
흑백 분리학교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에 법을 제정하지 않은 주가 태반이었으며, 카운티 교육청의 재량에 맡겼던 주도 대부분 분리학교를 선택했다. 당시 미국은 노예해방과 흑인 공민권 부여가 이뤄진지 1백년이 가까워갔으나 엄격한 흑백분리학교 제도를 고수했다.
이 사건 이전에도 흑백분리학교에 대한 위헌 소송은 끊이지 않았으나 모두 실패했다. 당시 흑백분리학교의 법적인 근거는 지난 1896년 연방대법원의 Plessy v. Ferguson 판결로, “분리하되 평등한 (separate but equal) 교육은 합헌” 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백인과 유색인종을 분리해서 교육하더라도 평등하게 대한다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인종 평등의식은 매우 낮았다. 소송은 연달아 패배할 수 밖에 없었지만, 연방대법원은 다른 판결을 내렸다.
1954년의 연방대법원 판사들은 9대0 만장일치로 “분리된 교육시설은 본질적으로 불평등(separate educational facilities are inherently unequal)”하며, “14차 수정헌법의 동등보호조항 (Equal Protection Clause)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판결했다.
물론 이 판결로 모든 미국 공립학교가 일제히 흑백분리 학교를 철폐한 것은 아니다. 이 판결 이후에도 일부 남부 지역 주정부는 교육은 주정부의 전권사항으로 연방정부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며 고집을 부렸다.
연방정부는 1960년대에도 흑백통합학교에 등교하는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무장 군인을 파견했었다. 흑백분리학교가 완전 철폐된 것은 판결 이후 24년만인 1967년 린든 존슨 전 행정부 시절이었다. 이 판결을 계기로 흑백 분리 공중화장실, 흑백 분리 수돗물, 흑백 분리 버스 등에 대한 잇단 저항운동이 불을 붙었으며,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주축으로 하는 거대한 민권 운동의 물결이 만들어져 오늘날과 같이, 눈에 보이는 차별이 철폐된 세상에서 소수계들이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 판결은 한인들도 혜택을 받게 한 주요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은 단순히 얼굴색이 다른 인종이 같은 공간에서 모여 공부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판결의 핵심은 교육에 있어서의 완전한 기회균등이다. 그러나 이 기회균등 명령의 과실을 우리 한인들이 충분히 향유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UC 버클리의 리차드 로스테인 교수는 최근 잇달아 발표한 자신의 두 저서(Grading Education: Getting Accountability Right, Class and Schools: Using Social, Economic and Educational Reform to Close the Black-White Achievement Gap)를 통해 “문제는 판결이 나오기 전보다 불평등이 해소됐다고 보기 힘들며, 오히려 구조적인 불평등을 더욱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이라 며 “우리는 아직 이 판결로부터 받아내야 할게 훨씬 더 많다”고 지적했다.
▶해결되지 않은 교육 불평등1-격차는 여전
흑백분리학교는 철폐됐으나, 흑인 등 소수계의 고립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말았다. 유색인종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지 않는 이상,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기에 소외와 차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교육당국은 흑인 등 유색인종의 졸업률 등 여러가지 학력요소들이 신장됐다고 밝혔으나, 50년 사이 백인들의 신장률은 전체 유색인종보다 훨씬 높았다.
상대적인 학력 격차는 50년 전보다 더 많이 벌어져 있는 것이다. 백인 다수 학교의 소수계로 전락한 유색인종 학생들은 인종별 경제력 격차에 의한 학력격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남의 내신을 도와주는 인종’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일한 교육 공간에서 교육받는다고 해서 동일한 학력을 유지하는 것은 현행 시스템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킨더가든에 입학하기 전에 조기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계층은 중산층 이상이며, 먼저 배우고 먼저 깨친 이들은 출발선부터 앞서간다.
방과후 다양한 프로그램과 서머 프로그램 접근성은 인종간 격차를 심화시킨다. 한인들은 흔히 2세들이 공부를 잘하기 때문에, 유색인종의 편이 아니라 백인의 편에서 정체성을 찾는 경우가 많지만, 이러한 근원적인 격차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적인 교육비 부담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해결되지 않은 교육 불평등2-게토 학교
경제적 불평등이 전국적으로 무수히 많은 현대판 인종 분리 학교를 양산하고 있다. 현대판 분리학교는 백인이 월등히 많은 학교를 말한다. 이러한 학교는 대부분 높은 학력과 좋은 시설을 자랑하는데, 유색인종은 이러한 학교에 다니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조닝의 보호로, 저소득층은 접근하기 어려운 높은 집값 장벽에 가로막히기 때문이다. UCLA와 연방정부 용역으로 시행하고 있는 Civil Rights Project에 따르면 유색인종이 많이 거주하는 학교의 각종 교육인프라 시설은 같은 학군 내의 공립학교라고 할지라도 백인이 많은 학교에 비해 40% 정도 부족하다.
라티노가 많이 거주하는 버지니아 스프링필드의 공립학교와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페어팩스 서부 지역 공립학교, 그리고 백인 등이 많이 등록한 벨트웨이 안쪽 지역 공립학교는 모두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청이 관할하는 동일한 학군에 소속돼 있으나, 눈에 보이지 않는 불평등 이 상존한다.
라티노와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 인구가 이 지역에 급증하면서 의도하지 않은 인종분리 학교가 등장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의 라티노 인구는 13% 정도에 불과하지만, 버지니아 스프링필드의 경우 라티노 학생 비율이 70%를 넘는 곳도 있다. 한인들도 마찬가지다.
페어팩스 카운티 거주 한인 인구는 최대 8만명 정도로 추산되지만, 일부 학교의 경우 한인 비율이 40%가 넘는다. 페어팩스 카운티 등 북버지니아 지역 공립학교에 재학중인 라티노 학생의 80% 이상은 백인이 다수 인종이 아닌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한인이 포함된 아시안 아메리칸의 경우도 절반 정도는 백인이 다수를 차지하 는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었다. 인종 분리 학교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버지니아 커먼 웰스대학의 제너빈 시걸-호레이 교수는 “인종분리 학교 행태는 최근 20년 새 새롭게 등장하는 인종차별의 집합체” 라고 밝혔다.
시걸-호레이 교수는 “인종 분리 학교는 심각한 불평등을 양산하며 인종 고립을 유도하는 정부의 주류 기득권 세력의 어두운 의지가 반영돼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색인종이 많이 등록한 학교는 예외 없이 가난한 동네다. 우수한 교사는 이러한 학교를 기피해, 결국 인종별 교육차별 요소를 낳는다. 미국의 공립학교는 전근제도가 있는 게 아니라, 공립학교 단위로 교사를 선발한다.
▶해결되지 않은 교육 불평등3-롤모델의 부재
미국 문화는 온갖 변종 문화의 잡탕인 ‘멜팅 팟(Melting Pot)’으로 표현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결코 합쳐지지 않고 겉도는 양상임을 알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같은 인종적 배경의 문화속에서나 소통이 가능한 사회다. 많이 배운 부모와 이들이 가진 문화적 자산과 배경은 후세대에 그대로 전이된다. 자연스럽게 보고 배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엄청난 혜택이지만, 소수계에게는 이 롤모델이 부재하다.
아무리 흑인 대통령이 나오고 한인 정치인이 나오더라도 그 갭을 메우기는 쉽지 않다. 동일한 학교에 다니는, 서로 다른 인종 학생 사이에 뒷 배경으로 갖게되는 문화적 자산의 격차는 회복하기 힘든 갭으로 남아있게 된다.
▶ 해결되지 않은 교육 불평등4-과거 회귀 본능
UCLA 프로젝트 연구팀의 토마스 주커저그 교수는 “전국적으로 흑인 학생의 15%, 라티노 학생의 14%가 백인이 한 명도 없거나 1% 미만만 등록한 학교에 다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고 밝혔다.
이 같이 거의 완벽하게 인종이 분리된 학교는 지난 1970년에 비해 15배나 증가했다. 근본적으로 섞여 살고 싶어도 섞여 살 수 없는 구조적인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백인이 주도하는 지역 정부는 ‘조닝’ 을 무기로 삼고 있다. 메릴랜드 포토맥이나 버지니아 맥클린, 그리고 그레이트 폴스 지역 등은 주택 조닝 규정을 엄격하게 하면서 타인종 접근을 막고 있다. 수 에이커에 집 한채 조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색인종이 이들 고급지역에 거주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100년 전에 조닝을 완성했으며, 그 골간은 전혀 바뀌지 않고 100년을 이어왔다.
조닝의 근본적인 변화는 앞으로 100년이 흘러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조닝 외에 재산세의 불균형이 인한 공교육의 불평등을 불러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립학교는 대부분 기초 재정을 그 지역의 재산세에 의존한다. 이에 따라 부유층이 거주하는 교외 지역은 가난한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시보다 학생 수 대비 더 많은 세금을 걷을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빈민 지역의 학교와 교외의 학교는 시설도, 학생들의 생활도, 교육의 질도, 심지어는 교과서조차도 ‘천지 차이’다. 인종분리 공립학교는 사회구성원의 통합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다.
연방 교육부에서는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미국이 1960년대보다 더 심한 인종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각종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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